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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동북부 답사기_민경찬

조회 수 12833 추천 수 0 2014.12.17 13:51:41
태국의 공동체운동-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


민경찬_대학생

  휴학생활을 시작한지도 6개월째, 그간 무얼 했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 빨리 지나가버린 휴학생활이었다. 여느 때처럼 단기 사무직 알바와 학교와 병원 오가기를 반복하는 즈음, 피스빌리지네트워크 팀장님이 보내주시는 안내문, 자료들을 어느 정도 읽어가며 짐 쌀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같이 기행을 함께할 분들이 다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 것이었다. 왠지 내가 여행객들 중 막내일 것이란 예상이었다. 안내문으로부터 느낀 내 예상은 적중했다. 다른 분들은 적어도 30대 후반 이상의 직장인분들이거나 50대 이상의 시민사회계열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이었던 것이다. ‘어딜 가든 막내는 제일 서러운 법인데..막내라서 어떡하지? 뭐든지 부탁받는 거 다 들어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지만, 뭐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한숨 놓고 태국으로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7시간가량 이스타항공 여객기에 몸을 싣고, 간단한 기내식을 먹고서는 아직 낫지 않은 내 꼬리뼈 쪽 인대를 움켜쥐며 겨우겨우 쉬면서 가던 찰나, 다른 분들은 뭐하시는지 둘러보니 각자 인쇄한 기행 자료집을 열심히 밑줄 치며 읽어가고 있었다. 이 모습에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게 되었다. 괜스레 나도 사정상 다 읽지 못한 자료들을 읽어야겠다 싶어 조금이나마 읽었으나, 욱신대는 꼬리뼈 인대는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태국 가기 전에 병원부터 갈걸 하는 후회스러움만이 나를 반겨주는 순간이었다. 
  방콕에 도착하니, 추위 대신 무시무시한 더위가 우리를 괜스레 무안하게 하였다. 태국어 통역을 맡아주실 황보주철 선생님, 라오스인이자 피스빌리지네트워크 활동가로 활동하는 깜딴, 오덕훈 선생님, INEB 몬 선생님이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우리를 반겨주셨다. 우리는 서로 자기소개를 나누면서 봉고차에 몸을 싣고 9시간동안 시사켓 아속 공동체를 향해 떠났다. 
  차 안에서 계속 욱신대던 꼬리뼈 인대를 겨우겨우 부여잡으며 잠을 자고, 중간중간 휴게소를 들르고 나니 그제서야 시사아속 공동체 마을을 마주하게 되었다. 시사아속은 말 그대로 정말 ‘낙원’같았다. 다만 금욕주의를 강조한다는 것을 빼면 진짜 낙원일 것 같은데, 그 점은 조금 아쉬웠다. 1960년대에 대승불교와 소승불교의 강점들을 혼합하여 이러한 자급자족 공동체를 탄생시켰다는 것 또한 희한하기도 하고 신선해보였다. 시청각 영상과 승려님 강의를 듣고 나서 잠깐의 아속 의학을 접하고 나니 상당히 어리둥절하면서도 몸이 마구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중간에 만난 한국 여성분과 독일 여성분의 이야기, 특히나 시사아속에 이끌리게 된 계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 또한 각자 색다르고 재미있었다. 영어를 어느 정도 그나마 능숙하게 할 수 있었던 사람은 나, 팀장님 외 몇몇밖에 없었기에 다른 일행들에 비해 비교적 여러 가지를 물어볼 수 있었는데 그렇지만 조금 더 영어실력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많이 남았었다. 
  아속 공동체는 총 약 27개가 있는데 포티락이라는 스님이 초창기 창시자로서 지역주민들에게 불교와 자급자족정신의 중요성을 설파하시고 나서 여러 주민들이 합심하여 생겨났다고 한다. 2002년에는 빚에 시달려온 농부들 몇십 만 명을 구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한다. 게다가 공동체 학교인 삼마 시카 학교에는 태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표본 모델로까지 삼으려고 했다니 참 대단한 공동체인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지역주민 개인들의 내면 속에 있는 불심을 중심으로 한 배려, 인내, 용기 등의 요소들이 지속적으로 몇 십 년 간 공동체를 이끌어나갈 수 있었던 동력이었지 않았을까 한다. 국가경제 중심의 자본주의 속에서 이렇게 자급자족을 하면서 평화롭게, 탐욕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분명 그러한 지속성이 작용했을 것이다. 
  우리가 아속 다음으로 방문했던 공동체는 쿠춤이라는 야소톤주에 있는 지역경제화폐를 쓰는 곳이었다. 지역화폐라는 개념이 애매모호할 수 있는데, 이는 백화점 상품권 혹은 시장상품권 등과 비슷하게, 그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쿠춤에서 쓰고 있는 화폐는 비아(‘씨앗’이라는 뜻이라고 한다.)라는 이름의 것인데, 이는 태국 전국화폐인 ‘바트’와는 환전이 되지 않지만, 소비자와 판매자의 뜻에 따라서 혼용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우리가 방문했던 마을의 이장님과 그 가족들의 모습과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국 농촌의 현실과 참 맞닿아 있는 점이 많이 보이면서도 그들 나름의 노력을 통하여 그러한 어려운 여건을 딛고 되도록 경제적 의존을 줄여가려는 모습이 힘겹지만 자신감 넘치고 행복해보였다. 그래도 다른 나라 NGO들의 도움과 함께하는 고민과 노력으로 어느 정도 화학비료 농산물을 줄이고, 유기농 농산물로 식량을 자급자족하게 되고, 이후에는 41만달러 수준의 유기농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을 정도로 지역공동체 경제가 활성화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비아’화폐가 잘 쓰이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상당히 아쉬웠다. 
  사콘나콘주의 인펭 그룹은 우리가 갔었던 마지막 공동체였다. 쿠춤과 비슷하게 일본이나 캐나다 등지의 몇몇 NGO에서 도와주거나 벤치마킹하여 자국으로 전파하였다고 한다. 또한 직접 생산한 농산물이나 주스 등을 다른 나라에 수출하여 수익도 내었다고 하는데 이 수익을 어느 정도 하층민들을 위하여 기부로 쓰기도 하고, 지속적 생산을 위해서 쓰기도 한다는 점이 특이하였다. 사람들과 헤어지기 이전 바로 마지막에 술을 한사람 한사람 따라주면서 행운과 기원을 바란다는 실 팔찌를 묶어주는 의식 행사가 상당히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다른 공동체에서 있었을 때와 달리 잠시 들렀던 곳이지만, 여러모로 인상적인 곳이었다. 
  글로벌 신자유주의의 여파는 세계화가 천문학적으로 가속화되어 오늘날까지 몇 십여 년간 이어져와 전 세계 하위 80~90%의 민중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그것이 생존권과 인권, 각종 행복권 등에 영향을 미쳤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것들이 자살, 사고, 전쟁, 분쟁 등으로 나타나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던 것이다. 특히나 태평양권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실상은 이루 말할 것 없이 처참한 상황인 것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가 만났던 태국 북동부의 여러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가진 것이 그리 많아보이지는 않지만, 여태껏 내가 직접 만나거나 매스컴에서 접하던 그 어느 사람들 중에서 가장 행복해보였다. 기행 일정의 마무리로 잠시 동안 머물러서 관광을 했던 방콕에서 만났던 방글라데시 어린이들도 무척 순수하고 맑은 행복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행복에너지들은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좀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어서 이번 태국 기행은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함께 했던 어르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각자의 직장에 대한 생각 혹은 어떠한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 등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어떠한 생각이셨는가를 함께 서로 나누어보았다. 꽤 공부가 된 것 같아서 감사하기도 하면서 무언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역시 이런 것이 세대로 인한 의견차이인가’싶기도 하면서 ‘대부분 시민사회계열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인데 무언가 그런 점에서 더더욱 아쉽네’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내 스스로가 ‘막내’라는 타이틀을 달고 10~20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어르신들과 갔기에 더 더욱이 그런 생각이 많이 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그러한 아쉬운 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세대차이와 꼰대이즘’이 되지 않을까?
  태국의 공동체들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글로벌 신자유주의의 여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여 1997년 아시아의 여러 나라가 IMF외환위기를 맞이하여 태국 또한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상황이 굉장히 좋지 않았지만, 그 와중에 공동체들은 몇 십여 년 전부터 쌓아온 공덕체제를 유지하여 그 여파의 피해를 맞이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방법이 협동조합이었건, 공동생산체제였건 비교적 꽤 좋은 방법이었기에 지금까지 계속 그러한 형태를 유지하고, 더더욱 확장해 올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반면 이러한 공유경제체제가 이 잔인한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장 선택할만한 대안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 또한 중앙정부에 의해, 자본 세력에 의해 어느 정도 부정적 영향을 받은 적이 꽤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중앙정치가 경제와 사회를 조율한다면, 그 중앙정치체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 또한 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여러 운동 세력들이 서로서로 연합하기도 하고 소통하면서 변화해야 발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하지 않은 운동이 없듯이, 우리 모두 중에 어느 누구 또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구촌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그것이 너무 큰 욕심이라면 적어도 우리들과 우리 주변 환경을 위해서 무엇을 행할 수 있는가? 태국의 공동체운동을 보고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 것인지 좀 더 심사숙고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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