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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동북부지역 답사기


김현향_한살림연합

  관광대국의 명소인 태국의 수도 방콕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나는 6박 8일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공동체 서너곳을 들리고 나면 뭔가 짧은 즐거움 정도는 이곳에서 갖게 되리라는 기대를 했었다. 도시와 거리가 있는 외곽의 공동체를 방문하는 일정이라 무리가 될 것 같아 망설이기는 했지만 색다른 경험이 될 수도 있고 평소 공동체에 대한 꿈을 키워왔던 나에게 이번 여정은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막상 공항에서 함께 여정에 동행할 멤버들과 미팅을 하고 바로 벤에 올라타면서 10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밤새워 가는 동안 온몸에 잦아드는 피로감은 이번 여정이 그리 예사롭지 않음을 예감하게 만들었다. 벤을 타고 가면서 밤사이 몇 번의 휴게소를 들렀을까 날이 환해지면서 끝도 없이 펼쳐지는 지평선 위로 초록의 논과 초지들이 창밖에 펼쳐졌다.

  우리의 첫 방문지는 시사아속공동체였다. 마을입구부터 차가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어 우리는 갖고 있던 짐을 모두 들고 우리일행을 맞이하는 ‘수’선생님(수)의 안내에 따라 입구와 가까운 숙소로 향했다. 우리들의 숙소는 삼면이 창으로 훤히 트여 안이 다 들여다보이는데다 낡은 침대만 달랑 두 개가 있는 아주 소박한 곳이었다. 바닥에는 불개미가 줄을 지어 돌아다니고 벽에는 왠만하면 도마뱀이 붙어있었다. 여자 둘이서 쓰는 방인데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다니.. 게다가 씻는 곳은 아무리 따뜻한 나라라지만 찬물만 나오는 공동욕장이고 이제까지 외국을 다니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겉으로는 내뱉지 못했지만 불편을 감내하자니 이 뜨거운 더위가 짜증스러웠다. 짐정리를 하면서 ‘수’에게 가릴 천을 부탁한 후 아침으로 내어주신 과일과 차를 마시고 우리는 하루의 일정을 마을을 도는 것으로 시작했다. 

  대부분의 마을사람들이 신발을 신지 않고 맨발로 다녀서 나도 오랜만에 맨발로 다녀보기로 했다. 땅에 익숙하지 않은 발바닥이 가끔 불규칙한 돌들의 모양에 저항을 느낄 뿐 맨발로 걸어도 마음 불편할 일은 없었다. 마을 안에 차가 다니지 않으니 사람을 귀찮게 몰아대는 일도 없고 공기와 땅도 깨끗하게 유지되니 흙탕물이나 곤죽이 된 흙을 밟아도 크게 문제가 없어 보였다. 차는 마을입구 바깥쪽으로 공동자가용을 주차하는 주차장이 있어 공동체 식구들이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고, 마을 안에서는 편의상 2인정도가 탈 수 있는 작은 조립차량(학생들이 만든 조립차?로 아속공동체 학생들은 함께 모여 전기차를 완전하게 만들 정도의 기술이 있다고 함)이 있다. 피로를 풀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에 맨발로 걸으면서 조용한 마을 길을 걷다보니 새로운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이 내 몸을 진정시키는 듯했다. 이야기 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아속공동체는 외부인에게도 무료로 숙소를 제공하는데 필히 예약을 해야만 한다고 했다. 머무는 기간 동안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을 체험하거나 노동, 연구 등 다양한 일에 부분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 

  마을사람들은 어떤 관계에서도 돈을 사용하지 않는다. 방문자들과 나누는 식사는 물론 모든 건강관리나 치료를 위한 행위에도 그들은 돈으로 그 대가를 계산하지 않는다. 그 마을 안에서 누군가에게 봉사를 받았다면 받은 사람은 다시 봉사를 하면 된다. 마을의 몇몇 특정한 곳을 돌아본 후 우리 일행은 마을의 중심인 회당으로 갔다. 

  아속공동체는 육식을 하지 않는 채식공동체로 공동체 회원의 자기결정에 따라 하루 1끼 또는 2끼의 식사를 하고 있으며 식사 전에는 공동체의 지도자인 스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이 있다. 스님 세분이 단위에 앉아있고 그중 한분이 설법을 한다. 식사는 스님부터 서열(?)에 따라 시작이 되고 단위에서 내려온 음식은 바퀴가 달린 판위에 올려 공동체가 정한 엄격한 규율을 어느정도 지키느냐에 따라 매겨진 순서대로 앉아있는 공동체회원부터 자기 양에 맞게 덜어서 먹는다. 
  내가 아속을 경험하면서 가장 괄목했던 점은 식사의 내용이었다. 익숙한 식물도 있었지만 이제껏 관상용 나무나 화초로만 알았던 것들을 식재료로 쓴다는 것과 그 수가 기억하지 못할 만큼 다양하다는 점이었다.  딱딱하지만 오래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잎과 미모사처럼 생겼는데 신맛이 나는 부드러운 잎, 무슨 맛이라고 형언하기 어려운 묘한 맛을 가진 식물들이 나의 호기심을 얼마나 자극했는지 모른다. 그 궁금증에 얼마나 다양한 잎을 접시에 올렸는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을 정도였다. 그렇게 양껏 먹고 나니 오후가 되어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쓰러질 정도로 아프지 않으면 굶어 본적이 없는 나에게 아속의 채식으로 된 충분한 한 끼는 한 번의 식사로도 하루를 버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했고, 노동을 하더라도 한 끼가 부족하지 않은 양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오후엔 시사아속의 역사와 공동체가 하는 일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대부분의 방문자들은 예약을 통해 몸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데 주로 몸 안의 장기를 청소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시사아속을 찾는다. 

  전기를 될 수 있으면 사용하지 않아 해가 지는 오후8시에서 9시면 잠자리에 들고 아침 4시정도면 일을 시작한다. 방문자가 머무는 마을입구는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 소리로 시끌벅적해서 잠을 못 이루던 나는 부분적으로 건강찾기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족욕을 하면서 다섯 잔의 특정한 풀을 끓인 차를 마시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을 다른 쪽에서는 체조를 하는 그룹도 있다.

  우리 기준으로 14만5천평(300라이:1라이=484평)이 넘는 땅에는 수많은 열매와 함께  가스로 이용하기 위한 사탕수수가 재배되고 있고 자연농법을 이용하여 생산되는 곡식과  채소, 약초 등은 공동체가 사용하는 양을 초과하는데 그것은 공동체 외부사람들에게 적은 수익이나 비영리적인 목적으로 또는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시사아속이 처음부터 풍족했던 것은 아니었다.  1970년에 설립된 아속공동체는 바나나 하나를 넷이서 나누어 먹어야 했을 정도로 가난했지만 30년이 넘는 시간을 창립자인 Phra Phothirak 스님이 제안한 엄격한 규율과 철학, 교육과 공동체간의 자급자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오면서 오늘날 20개가 넘는 아속이 태국전역에 형성되게 되었다.
  bun-ni-yom에 기초한 철학, (현실을 회피하는 것 같은 앉아서)눈을 감고 하는 전통적인 명상이 아닌 사회의 진실을 파악하고 도덕적으로 실천과 삶을 위한 노동에 참여하는 것, 부족하거나 필요한 것을 넘어서는 것을 없앰으로서 검소한 삶을 권장하고, 모든 생명에 동정심을 갖음으로써 육식으로 인한 전 지구적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 이들의 삶의 기반이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지 않는 중요한 요소인 공동체의 영적 지도자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정신적인 힘이라고 여겨진다. 

이틀간 머물렀던 시사아속은 한국에서 일주일을 보낸 것과 같은 시간의 깊이를 느끼게 했다. 태국의 시사아속이라는 공간이 선사하는 느림의 평화는 날이 선채 마을을 들어섰던 나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 도장이 되었다. 

  우리는 여정 중에 시사아속에서 멀지 않은 ‘라차타니 아속’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그곳 사람들도 잘 뵙기 어렵다는 아속의 설립자인 포디락 스님을 만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연로하셔서 외부로 잘 나오지 않는다는 분을 만나게 된 것은 우리 일행의 복이 아니겠는가. ‘노아의 방주’를 테마로 한 주택이 독특했던 ‘라자타니(首都의 뜻)아속’은 소속된 스님들이 스케치를 해서 자연과 건물이 유기적으로 열려있는 것처럼 설계되었다. 마을 가까이에 위치한 강과 너른 들판은 풍요로운 지역임을 말하고 있고 건물 어디에서도 주변을 만끽할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 아속은 가장 인상적인 공동체로 남아있다(그곳의 일상을 잊고 싶지 않아 일부러 자세하게 내용을 서술했다). 크기로 볼 때 작고 작은 마을이지만 한 공동체이자 한 가정인 곳, 민주적이고 자유로우며 돈이 목적이 아닌 마음의 평온함을 위해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는 스님에게 나는 ‘아속’이 무슨 뜻인가를 물었다. 힘든 것의 반대 의미라고 볼 수 있는 ‘만족’, 至福의 의미라고 하셨는데 복에 이르는 길은 만족함에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쿠춤은 한살림과 생성배경이나 시기가 비슷해 낯설지 않고 가깝게 여겨졌던 친구 같은 지역공동체다. ‘룩사 포만’대표가 지역의 살림을 맡고 있고, 그의 딸인 ‘수 티마’가 관리자로 활동하고 있다. 도심과 거리가 먼 지역민들은 싼 물건을 비싸게 파는 장사꾼들에게 지쳐 지역 안에서 물건을 자급하거나 공동구매를 통해 저렴하고 적정한 가격으로 물건을 사는 것으로 모임을 시작했다. 물품이 확대되고 시기적으로 화학농약이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지역민들 간에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운동과 함께 건강에 이상이 생긴 사람들을 위한 약품 개발도 하게 되었다. 이러한 결집과 관심은 환경문제까지도 확대되어 방콕의 NGO와 손을 잡고 환경문제의 원인을 조사하고 전통적인 방식의 퇴비 만들기와 함께 농사법을 공유하거나 약재를 함께 만드는 일도 하게 만들었다. 특히 약품은 NGO와 약품에 책임을 지는 병원, 불교도, 마을주민들의 협력으로 만들어진다.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어려워진 유기농 쌀의 소비를 위해 지역에서 힘을 모아 정미소를 만들었는데 이 쌀에는 ‘땅살리기, 물살리기, 건강살리기, 환경살리기’의 의미를 담아 ‘좀 롬락 타마찻(Nature Care Club)’이라는 이름을 붙여 상품화 했다.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소비를 확대시키기 위해 인증기관의 인증과 해외수출을 위한 품질조사를 하고 현재 300여가구의 생산자가 연간 250톤의 쌀을 유럽지역에 수출하고 있다. 지역의 생산자회의에서 가격을 결정하고 정미소는 지역생산자가 공동으로 운영한다.  비아쿠춤에서 ‘bia’는 ‘묘목’이라는 뜻이다. ‘1bia’, 즉 한 사람을 심어 공동체를 만들다는 의미가 있다. 비아쿠춤은 잠깐동안 사용되었던 지역화폐로 국가의 간섭으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생산자들은 소비자와의 교류를 위해 5일장을 여는데 물품이 많지 않아 항상 모자라는 형편이다.

  인팽공동체는 끝없는 지평선으로 이어진 태국 땅에서는 드문 산속에 있는 자립을 목표로 하는 공동체로 올해로 26년이 되었다. 과일, 천연약제, 묘목을 주로 생산하는 공동체 마을로 경제적 평등을 지향한다. 모든 생산은 직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생산수익으로 마을의 센터를 건립했다. 매우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회의체를 통해 주민에게 땅을 분배하고 생산수익을 공동으로 운영하거나 사회적 약자나 지역민에게 필요한 교육프로그램에 주력한다. 마을에서 생산되는 가공식품을 위한 시설은 정부(연간 300만바트)가 지원한다. 현재 58개 생산물에 대한 생산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라오스인으로서 태국으로 넘어온 이주민들이 만든 지역 생산 공동체로  산림자원개발과 생산된 농산물을 국내는 물론 국제망을 통해 수출하는 구조를 탄탄히 구축했고 공동체 실현에 앞장서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공동체다.  환영의식으로 라오스전통인 손에 하얀 실매듭을 묶으며 행운을 기원하는 행사를 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마을 한 곳에는 굵은 줄기나무로 큰 나무의 사이를 연결해 아이들이 숲에서 나무를 타고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있다. 노는 아이들의 몸이 얼마나 날래고 가볍던지 자연을 자연스럽게 대하는 아이들이 마냥 부러웠다.


  이번 여정은 호혜경제를 위한 동아시아 시민학교를 연 피스빌리지네트워크와 태국 아이넵(INEB:International Network of Engaged Buddhists)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그동안 나에게 동아시아는 몰락한 가문, 회생이 더딘 곳으로 예전의 영화를 관광하러 가는 지역 정도의 이미지가 있었던게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수많은 전화를 딛고 자본으로 기를 세우고 있는 동안 다양한 공동체를 통해서 지역에서 작은 혁명을 일으킨 많은 민초들은 자본에 대항한다거나 커다란 위기의식을 극복하기 위한 방한으로서만이 아닌 자기와 이웃의 필요를 모아 끊임없이 인간으로서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생활협동조합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자급자족을 지향하면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결합체의 다양한 구조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특히 마을은 개인의 삶을 방해받지 않으면서 공동의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전형적인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나는 무엇을 하며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과 함께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나의 필요에 동의하는 이들과 함께 꿈을 꾸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공공성에 발을 딛는 기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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